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모던하트 - 정아은 [#019]

by 현상군 2018. 9. 12.
반응형



모던 하트

정아은



▶서른일곱,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김미연의 삶을 통해 대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태소설이다. 헤드헌터 김미연은 학벌이라는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발버둥을 치며 살아간다. 출신대학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것이 회사 조직에서는 물론, 연애와 결혼 같은 개인의 삶과 인물들의 내면까지 확고하게 지배하는 현실을 《모던 하트》는 솔직하고도 세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슈퍼맘의 고충과 그를 둘러싼 관습과 제도의 문제, 세대 간의 갈등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 특히 일, 연애, 결혼을 앞두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해피엔딩으로만 끝날 수 없는 비루한 일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로 속도감 있게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품. 문학상 수상 작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더 기대가 되고 설렘게 한다. 제목부터가 '모던'이란 말이 들어가서 현대인들의 사랑 이야기 아닐까? 짐작해 본다. 

묘사하고 있다. 그 나이대 싱글 여성이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출신대학을 왜 그렇게 따져요? 일만 잘하면 되지. 희한한 사람들이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최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주인공은 전문대를 왔다.헤드헌터 일을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력서를 보고 사람을 평가해 기업에 추천하는 그녀는 출신대학을 따지는 사회 풍속을 이해할 없다는 듯.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관습이다. 



태환이 내 '에인'인 것은 아니다. 태환과 나는 뭐랄까, 연인으로 가는 길목의 초입에서 서성거리는 남녀라고 해야 할까. 아무른 우리는 결혼하지 않은 싱글 남녀이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단둘이' 여러번이나 되는 만남을 가졌다. 물론 서로를 연인이라고 호칭하거나 신체 접촉이 있거나 한쪽에서 노골적인 에정 표현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미음 저 깊은 곳에서 우리는 서로가 향후 연인이 될 것임을 알고있다. 



▶요즘 흔한 말로 '썸'이다. 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중간 지대.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괸계. 주인공처럼 그 단계에 이르면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만 하다 결국엔 둘다 놓쳐 버린다. 





갈등이 일어나면 무조건 시집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한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10년 동안 모시게 하면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치르게 했다. 시집과 갈등이 벌어졌을 때 대놓고 딸의 역성을 드는 것은 자신의 지난 인생이 정당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갈등의 시작은 동생부부다. 주인공 동생은 기자 생활하며 육아에 경제적인 것까지 책임지는 슈퍼맘이다. 명절이 되면 서로 묶어 두었던 문제들로 가족간 갈등이 일어난다. 



“아버지는 체질적으로 군대와 맞지 않았던분이에요. 그런데도 군인연금을 타기 위해 억지로 근무 햇수를 채우셨어요.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말이에요. 김 중령이 하는 에이전트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회사 차릴 생각을 한 것도 엄마한테 좀 더 근사한 집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죠. 원래 돈 욕심이 많은 분이 아닌데 가족들 때문에 돈 욕심이 생긴 거예요.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부모님들은 그렇게 희생한다.





 서른일곱. 아무리 되새겨도 늘 낯선 나이. 3년 뒤면 나는 마흔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흔. 그때 나는 어떤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까. 서치펌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여전히 싱글일까. 지금처럼 흐물 같은 남자나 만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작정 나이 먹기가 두려운 것.



▶남자도 여자도 참 복잡한 때다. 쉼 없이 달려 왔는데 정작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 다시 무언가를 하기에도 두렵다. 육아에 녹로치 않은 결혼 생활에 지친 친구나 동생에겐 화려한 싱글일지 모르지만 그 싱글들은 시간이 두렵다.



이 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새로 오는 봄 또한 오직 하나뿐인 색과 향기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해내리라. 물론 내게도,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름다운 봄이 다시 올 것이다. 살아 있기만 한다면. 그러므로 나는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자. “세상에는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모든 걸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져 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자기 위안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헤드헌터란 직업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력서의 출신대학과 스펙만이 사람 평가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평가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모든 걸 두렵게 만든다.

화려한 싱글은 무늬만 그렇게 보인다. 가족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 보다 더 큰 가족간에 따뜻한 온기가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