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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헌팅 -조영아- (#014)

by 현상군 2018.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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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 작가  조영아


●출판사 서평●


기록을 멈추지 않는 카메라, 그 뒤에 숨은 

우리의 욕망을 추적하다 ”


제목 ‘헌팅Hunting’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사전적 의미의 ‘사냥’과 영상 제작 분야에서 말하는 ‘촬영 장소 물색’이다. 소설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함축한다. 촬영을 위해 ‘숲’으로 들어간 헌팅의 시도로 다큐멘터리 감독 린은 야생 소년 시우를 만나고, 그후 시우가 도시로 나와 문명에 적응해나가는 일상까지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소설 안에서 시우가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은 시우의 성장을 의미함과 동시에, 다큐멘터리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린의 연출이 가져오는 결과 또한 사전적 의미의 ‘사냥’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사냥이 익숙한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향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현상군 생각●


두 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한 가지의 이야기로 이어져 처음엔 좀 낯설었다. 할아버지의 이념 문제로 아버지는 연좌제로 고통 받다가 죽음을 택하고 아들 시우는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이념적인 문제가 이 소설의 전반부의 큰 틀을 차지하지만 깊고 구체적으로 다루어 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인물들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만 단지 거기 까지다.후반부 소설적 허구가 조금은 뜬금없기도 했다.


주인공이 아침마다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가 나이를 재는 모습이신선하고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빗대어 생각건대 나의 나이의 높이는 어디쯤일까?


주인공 시우가 문명 세계에서 적응하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다채롭게 나온다. 그속에서 자아를 찾아간다.‘늑대소년’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읽으며 좀 아쉬움이 남았다.

출판서 서평을 보고서야 이 소설적 장치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 사회적 단절된 삶을 살아온 주인공에게 배우를 시키는 이야기는 좀 이상했다.

나 다운 삶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점을 내게 숙제처럼 남겨 두었다.







●책내용 중에서


"누군가가 아침에 눈을 뜨는 즐거움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서슴지 않고 바로 이 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맨발로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갔다. 자작나무에 두 발을 모으고 기대어 서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나이를 쟀다. 머리끝이 머무는 지점에 때 낀 손톱을 눌러 표시를 했다. 나이는 매일 자랐다.자작나무에 대고 나이를 재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냥은 힘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기 싸움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읽는 쪽에 승리가 돌아갔다. 노파는 모든 만물에 마음이 있다고 믿었다. 배를 곯는 들짐승은 물론 나무와 바람과 흙과 햇살에도 마음이 머문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이 모여 숲의 넉넉한 마음이 생겨났으니 늘 고맙고 미안했다 "

"얼마쯤 갔을까. 축축하고 불쾌한 느낌이 가시면서 발에 점점 힘이 실렸다.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린은 달렸다. (…)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우주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발바닥을 열고 린의 몸 안으로 들어온 우주는 무수한 세포마다 별을 달았다.(…)몸의 문은 발바닥에 있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문은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내 아버지라는 인식이 그나마 들 것 같으니까요. 아버지, 교도소, 전향, 이념, 자유. 이 중에 저를 가장 모질게 따라다닌 놈이 뭔지 아세요? 자유, 그중에서도 절대자유예요. 절대 자유 언제부터 인가 당신을 보면, 당신을 떠올리면 이 말이 따라왔어요.."

“제이의 눈에 지금 시우는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냥〉 속 시우가 훨씬 시우다워 보였다. 가장 시우다위 보이는 게 가장 행복한 거라는 사실을 시우는 모르고 있는 듯했다.
시우에게 언젠가 말해주고 싶었다. 너를 찾아가라고."

“아무리 머릿속을 더듬어도 갈 곳이 없었다. 이 광활한 도시에 홀로 버려진 기분이었다. 맨발로 달려가 얼굴을 묻을 자작나무 한 그루 없었다. 화려한 불빛이 춤을 추며 유혹했다. 내게로 와. 이리로 와서 내 품에 안겨.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도시의 야경을 뚫고 속력을 냈다. 제이와 아버지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빌어먹을 놈의 도시. 어디에도 그들의 그림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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