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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고마네치를 위하여 - 조남주(#027)

by 현상군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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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네치를 위하여

조남주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S동이 나의 집

어릴 적 마니의 꿈은 리듬체조 선수가 되는 것

별다른 꿈도 없이 살아오는 동안 어느덧 서른여섯 살이 된 마니.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실패 이후의 삶을 살아낸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체조 선수 코마네치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꿈과 현실의 괴리를 더듬는 소설


나는 차마 오늘 해고당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건축회사에서 10년.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축이나 설계가 아닌 영수증 받고 기입하는 단순 총무 업무. 너무 평범한 그녀. 그녀의 꿈과 이상은 무엇이었을까?


더 이상 재개발로 그런 떼돈을 손에 쥘 수 없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었다.그들은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멀끔한 집에 한번 살아보았으면 했고, '아파트는 그 멀끔한 집의 가장 가깝고 쉬운 이름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물 잘 나오고, 여름에 곰팡내 안 나고, 겨울에 수도관 터지지 않는 집으로 통했다. 길 반듯하고,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놀이터가 있고, 명절이라고 찾아온 자식들이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밤이면 경비 아저씨가 손전등으로 골목골목을 비취주는 그런 아파트.


서울에서 가난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동네. 낙후된 동네에서 버티며 살아온 사람들의 희망은 재개발 아파트였다. 일반 서민들은 꿈은 멀끔한 집이었다. 고마네의 엄마는 재개발을 꿈꾼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더 약자에겐 힘들어 졌다. 재개발이 되면 높은 분양가로 살곳을 잃고 떠나는 난민이 되어 버렸다. 희망보단 누군가에겐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요즘 현실.





엄마는 내게 꿈, 이상, 희망 같은 것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체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십 대가 된 1989년 1월, 엄마는 상담이나 한번 받아보자며 나를 체조 학원에 데려갔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체조 흉네를 내던 그녀에게 코마네치를 꿈꾸며 체조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다. 체조 학원에서 조차 그녀의 순수함에 가르치긴 하는데....


“엄마는 내가 진짜 체조 선수라도 될 줄 알았어?" “그랬지. 너도 그랬잖아.” “나야 애니까 암것도 몰랐지. 근데 엄마는 어른이었잖아. 진짜 내가 체조 선수 돼서 메달 따 오고 그러는 거 기대했던 거야?”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너한테 체조 가르치는 게 좋았어. 엄마 노릇 하는 것 같아서.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 노릇 한거라고는 그거밖에 없었던 것 같아."


고마니는 십대때 체조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체조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가지만 자신의 실력이 형편 없음을 깨닫는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후 별다른 꿈도 없이 지낸다.




“또 엎어진다더라, 재개발인지 뭔지. 우리만 알고 있자." 아버지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의외로 엄마는 화를 내지도 않고 아버지의 말을 끊거나 되묻지도 않고 끝까지 차분히 얘기를 들었다. 


한다 안 한다 말만 많았던 재개발 사업이 정말 현실화되려는 순간 이번에도 재개발이 엎어질 거라는 고급정보를 입수한다. 그런데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마니네 집을 보러 오는데, 고마네 가족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파트가 쉼없이 지어졌고, 지금도 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정말 끝물이고 막차라고 신나게 떠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아파트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에 버금가고, 월세가 흔해지고, 반전세라는 이상한 임대 형태가 생겨나고,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주택거래량은 반토막이 났다. 


우리의 현실은 좀 처럼 나아지지 않고 빈부의 차는 더욱 심해졌다. 금수저, 흙수저의 계급화된 부의 세습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점점 희망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쉼없이 지어질 아파트 2018년, 그 많은 아파트는 누구에게 갈 것인가.





이 소설은 생활 밀착형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남주 작가의 특색이랄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설에 잘 녹여내는 것 같다. 중간중간 고마니와 그 가족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도 재미있다. 가슴 찡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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